Interview7월의 농가방문 | 생산자님, 실무자님과의 대화

가영  |  얼마 전 요리사분과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같이 제철 농산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요. 특히 요즘엔 시설재배도 많다 보니 제철의 기준이 희미해지고 있다고요. 언제를 농산물의 제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그리고 작물 자체에 제철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어요.
생산의 과정에 가까이 계신 농부님께서는 농작물의 ‘제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박 생산자님  |  한살림에 나오면 제철이지.

일동  |  그렇지. (웃음)

김 실무자님  |  일단 제철의 개념이 가장 흐릿해진 이유는 저는 화석 연료의 사용이라고 봐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사계절 기후 변화가 뚜렷해서 1, 2월 혹은 11월, 12월은 농한기거든요.

작물이 자라고 생육하기에 부적절한 환경의 온도니까 그때는 사실 제철이 아니에요. 그 외에 날씨가 포근해진 이후에 생육부터 수확까지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런데 시설과 화석 연료를 사용해 농한기의 추위를 극복하고, 여름에는 에이컨을 틀어 더위를 극복하면서 제철의 개념이 흐릿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추위나 더위를 부분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요. 더울 때에는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추울 때에는 하우스를 이중, 삼중으로 설치하고요. 지하수 사용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물의 비열차를 통해서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있죠. 이런 방법들을 통해 작기를 최대한 길게 만들고 있어요.

결국 제철이라는 개념은 작물별로 생육 온도가 몇 도 이하, 혹은 몇 도 이상일 때를 말하지 않을까요. 토마토는 15도 이상이 되면 수확이 가능하고, 작물이 버틸 수 있는 최저 온도는 영하 1~2도 정도라서요. 외기온도가 그 정도 기후라면 제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 생산자님  |  과수는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조생, 중생, 만생으로 구분해요. 사과가 제일 예를 들기 쉬운데요. 아오리 아시죠? 그건 조생이라고 해서 8월 중순 즈음 빨리 수확해요.

중생은 홍로가 대표적인데 추석 때 보통 볼 수 있는 사과예요. 추석이 언제냐에 따라 시기가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요. 중생 계통도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어서 여러가지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죠. 그리고 만생은 부사. 부사도 엄밀히 따지면 품종마다 이름이 다 다른데, 재배 방식에는 차이가 있어도 사과의 맛에는 차이가 없어서 부사는 통합해서 부사라고 부릅니다.

정 생산자님  |  저는 제철 음식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앞서 이야기 해주신 것처럼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는 방식이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하우스를 만들려면 비닐이랑 파이프가 사용될 수밖에 없고, 기름을 뗄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렇게 되면 어쨌든 환경에 문제가 되겠죠.

그런 측면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무 같은 걸 예로 들어보면 아실텐데요. 보통 무의 제철이나 배추의 제철이 11월달이잖아요. 그때 사 먹은 무와 배추는 여름 무, 봄 무와 맛이 진짜 달라요. 내가 엄청 좋은 하우스를 지어가지고 8월에 파종해서 11월에 거두는 자연의 생육 조건을 똑같이 만들면 같은 맛이 만들어지겠지만 사실 그건 쉽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봄이나 여름 무는 지역을 달리해서 생산하지만 맛이 달라요. 제일 맛있는 무가 11월달에 나오는 것처럼 제철이라는 것에도 아직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제일 맛있는 때가 있는 것처럼요. 종합하자면 에너지의 문제나 환경의 문제나 맛, 영양소의 문제가 있겠어요.

가온은 아니지만 보온을 해서 7월달에 나오는 포도가 있는데 그게 더 맛있긴 맛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당도가 엄청 높고요. 그렇지만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건 관리의 문제입니다. 하우스 포도는 훨씬 비싸거든요. 시설도 돈이 들어가고, 온도를 관리하려면 계속 보고 있어야 하고, 엄청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해요. 섬세하게 관리한 만큼의 무언가를 더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당도를 신경쓰는 것일 수도 있죠.

이렇게, 제철이 아니라고 해서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환경을 함께 생각한다면 제철을 지향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예송  |  아까 나이 이야기하실 때 너무 젊으셔서 놀랐거든요. 젊은 나이에 도시에서의 삶이나 다른 직업을 꿈꾸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귀농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김 실무자님  |  결국 농업도 내 부모님께 손 벌려서 합니다. (웃음) 가게 창업하기도 힘들지만 창업농도 되게 힘들어요. 기본적으로 땅을 마련하기가 어렵고,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나 농기계, 경험이나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다들 후계농이시잖아요.

정 생산자님  |  맨 땅에서 농사 짓기가, 정말 일반 창업과 맞먹을 정도로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요.

박 생산자님  |  전국적으로 따져도 경남 같은 경우는 극단적으로 창업농이 없는 편이에요. 전국적으로 다른 동네에서도 창업농으로 해서 먹고 사는 동네는 사실 없어요. 다 빚에 허덕일 뿐이고, 이자 갚기 바쁜 정도의 수준이고. 창업농이 땅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거나 기반이 있는 곳은 이미 토착민이 잠식하고 있고. 여기도 외지인이 와서 땅을 산다고 그랬을 때 외지인 가격과 토착민 가격이 다르고요.

지역마다 색깔이 다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창업농은 쉽지 않고, 판로 구축도 어렵고요.

사과만 예를 들어도 제가 10년을 지었다고 해도 10번 해본 거잖아요. 오래 한 게 아니고, 마을에 40년, 50년 이렇게 농사 하신 분들 하는 거 보고 배우면서 하는거니까요. 우리는 그나마 관계성이 있으니까 하는데, 외지에서 들어오면 관계성이 일절 없고요.


규정  |  농사 지으시면서 가장 극복하기 힘드셨던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

정 생산자님  |  천재지변, 냉해. 재해보험이라는 게 있긴 있는데 그게  없었을 때 맞은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게 좀 힘들었고, 그것 말고는 농사일은 농한기가 있고, 농번기가 있죠. 어쨌든 육체 노동이 집중적으로 투여되는 기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는 조금 힘들죠. 원래는 농한기 때 여행도 다니고 쉬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기현  |  저희 재작년에 왔을 때 왔던 친구 중에도 농사를 짓고 싶다고 이야기 한 친구가 있었는데 모든 생산자분이 하지 말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만큼 쉽게 시작할 수 없고, 친구들 중에도 언젠가는 지역 살이를 할 때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으로 농사를 생각하고, 혹은 은퇴 후의 진로라는 편견으로 많이 굳어져있는 것 같기도 해요.

도시에서는 마트에서 생산물을 접하게 되는데요. 생산지에서는 어떤 일과 사람이 있는지 알 때 보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생산자에 대한 이미지도 그렇고요. 저도 편견이 많았다는 걸 거창에 오기 시작하면서 알게 됐어요. 거창을 시작으로 여러 농가를 만나게 되면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저희도 벗밭 활동을 하면서 생산자가 되는 않아도 생산지에 가까이 있으려는 이유인 것 같아요.

김 실무자님  |  취업 앞두고 고민 많으신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한살림에 들어온 지 이제 막 4년이 되었고, 그 이전에는 취업 센터에서 직업상담 일을 해보았어요. 흔히 시골에 부모님이 계시면 농사 짓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4년 동안 생산자를 만나보니 농사도 함부로 할 게 못 되더라고요.

1년 동안 농사를 지었는데 특히 과수 같은 경우에는 수확 시기가 1년에 딱 한 번 뿐이니까 그 농사를 가지고 1년을 먹고 살아야 해요. 그런데 그걸 실패하면 그 다음 해에 은행 빚으로만 사는 분들도 많이 보고요. 농사 초창기에 계약 물량이 적으면 판로에 대한 고민도 많으시더라고요.

정 생산자님  |  독점적인 작물을 나 혼자 키우는 것 아닌 이상 결국에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내 인건비를 버는거예요. 개인 사기업이기 때문에 많이 일하면 많이 벌고, 적게 일하면 적게 버는 거고요.

농한기도 있지만 그만큼 한 철에 들어가야 하는 인건비가 엄청나고, 어떤 기계는 5천만원, 또 다른 것도 몇 천만원. 그 기계가 없으면 그 농사를 못 짓고요. 이런 것들을 감가상각으로 같이 계산해야 하는 거죠. 이 부분까지 다지면 농사가 녹록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농사라는 일이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동네에는 10년 내로 하나의 고비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농사짓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으시거든요. 포도밭 같은 경우에는 내놓는 밭이 지금도 엄청 많고요. 만약에 청년들이 와서 채워준다면 좋지만 그런 준비는 안 되어있고, 지금은 그저 시간이 가고 있어요. 앞으로 그 땅들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 땅을 다 사서 외국인 노동자를 써가며 농사하는 기업농의 형태가 될까요. 이런 고민 때문에 여러분들 같은 청년 분들을 만나면 농사 지으러 오시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상황이 또 그렇게 좋지만은 않으니 농사 지으라고 말하기도 어렵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 지으러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농사는 일하는 대비 나오는 거예요. 아니면 외국인 노동자 써서 착취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 식으로 돈 버는 건 저는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많지만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금도 여기 지역에서 많아지고 있고요. 이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도 인지를 하고 있어야 되는 부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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