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회사 경험 없이도 창업은, 생존은 가능할까?

"왜 우리는 ‘커뮤니티’라는 방법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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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베이크(VAKE)

모임으로 시작된 일


벗밭은 2019년, 하나의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이 활동을 조금 더 지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2025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회사’나 ‘조직’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사가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의 몸에도 지구에도 무리가 되지 않는 식사가 애쓰지 않아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느슨하게 모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과일을 함께 먹고, 제철 채소를 함께 요리해 먹고, 때로는 밭에 가서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직접 감각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먹는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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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과일클럽, 그리고 커뮤니티라는 이름


벗밭의 첫 커뮤니티 활동은 2022년에 시작한 즉흥과일클럽이었습니다. 온라인 회의 중 “요즘 과일이 맛있는데 혼자 사 먹기 어렵다”는 말에서 시작된, 말 그대로 즉흥적인 기획이었습니다. 사람이 올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과일은 먹고 싶었습니다. 한 명이 오든 열 명이 오든 하자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고, 놀랍게도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벗밭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라도, 과일을 먹고 싶다는 이유만으로요.

이 모임은 늘 자기소개로 시작합니다.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를 나누고, 먹게 될 과일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먹으며 삶의 질문을 나눕니다. 그렇게 식탁 위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연결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 모임을 ‘커뮤니티’라고 불렀습니다. 플랫폼도 전용 공간도 없었지만, 꾸준히 초대하고 자리에 머무르다 보니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 함께할 때 오히려 더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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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로 살아남는다는 질문


모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벗밭이라는 조직 또한 지속되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해 줄 때까지, 그리고 우리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 만큼 어떻게 이 자리에 머무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는 결국 ‘회사 경험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었어요. 그렇게 2024년부터 저희는 커뮤니티로 살아남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절한 비용을 책정하고, ‘좋다’는 말보다 ‘좋은 감각’을 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같은 지향을 가진 파트너와 협업하고, 지지자의 도움을 받으며 구조를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벗밭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얻어가는지, 우리가 전하는 가치가 삶 속에서 감각되고 있는지를 묻는 시간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벗밭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으로 말을 거는 방식을 택합니다. 지금 컨디션이 어떤지, 오늘 식사가 어떠셨는지 묻는 것만으로도 이 시간이 참여자들에게 좋은 시간으로 감각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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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친구들의 입소문 효과를 체감하기도 합니다. “땡땡 씨, 오늘 퇴근하고 어디 가시나 봐요” 물으면 “저 오늘 채소 모임 가요”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존재를 통해서 저희의 채소 모임, 과일 모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그분들이 또다시 저희의 친구들로 만나게 되면서 입소문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파급력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임팩트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가에 있어서는 우리의 삶과 기후위기,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왔는데요.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이 얻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저녁과 아침과 점심을 얻어 가더라고요. 한 끼의 식사를 통해서요.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에 있는 어떤 외로움에 다가서는 일들을 식사를 통해서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식탁 위에서 나누는 시간은 단지 ‘먹는 일’을 넘어,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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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밭을 다시 소개한다면


지속 가능한 식사를 경험하고 알리는 방법은 참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어쩌면 2019년부터 지금까지 왜 우리는 이 ‘커뮤니티’라는 방법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의 벗밭을 어떤 문장으로 소개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졌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벗밭은 음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네,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연결’이라면, 그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도 연결되어 있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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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고, 유통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계속해서 만나고, 연결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함께 가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같이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환대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참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환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다 보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몇 가지만 남겨봅니다. 좋은 표정과 좋은 몸짓, 그리고 좋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컴퓨터 앞에서는 마음을 숨기기가 쉽지만, 사람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좋은 척’이 통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만큼 저희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더 잘 일하기 위한 방식은 우리를 먼저 잘 환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올해에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소진되지 않는 법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희가 발견한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더 잘 먹고, 더 잘 쉬고, 서로를 잘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 우리 안에는 더 많은 환대가 쌓이고, 그 환대는 다정한 마음이 되어 다시 밖으로 흘러나간다는 것을 올해 저희 조직 안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누군가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조금 더 자주 안부를 묻는 구체적인 마음과 행동들이 제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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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자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년에 더 많은 사람을 환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멤버십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문화로 연결되는 커뮤니티라는 이름 아래, 깊이 만나는 모임일 수도 있고 단건으로 짧게 만나 각자의 취향대로 삶을 환기하는 모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은 더 많이, 더 오래 안부를 묻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1시간, 2시간의 모임이 끝난 뒤에도 “잘 지내고 계신지”, “요즘 잘 드시고 계신지”, “아픈 곳은 없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조금 더 오래 서로의 삶에 관심을 두고, 조금 더 용기 내어 개입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희는 이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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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서 커뮤니티를 한다는 말은 친구가 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눈앞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 식탁 너머에서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과일을 기르는 농부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 농부와 함께 살아가는 흙과 바람, 햇살과 계절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되고 나면 그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용기 내어 생각하게 됩니다. 기후위기라는 막연한 위험이 ‘내 친구가 당근을 여덟 번 파종했다’는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올 때, 나는 조금 더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벗밭’이라는 이름이 참 좋습니다. 이름 따라 간다는 말처럼, 저희가 살아가고 싶은 세상에는 아주 많은 친구들이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벗님께도 친구가 되자는 말, 벗이 되자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같은 식탁에서 즐겁고 든든하게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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