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채소를 다루는 일은 결국 내 몸의 리듬을 다루는 일이기도 했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서강대역까지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는다.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공간 사부작은 아담했다. 벽 선반에 놓여 있는 병들 속에는 형형색색의 콩들이 담겨 있었고, 하지 감자가 그려진 달력과 계절이 담긴 엽서를 보며, 마치 이곳이 사랑방 같다는 생각을 했다. 먹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 실제로 이곳은 사랑방이 맞았다. 음식을 내지만 음식점이 아니고,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지난 1월, 묵나물 워크숍으로 처음 찾은 이곳을 세 번째로 다시 방문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여름 채소. 여름이라는 계절을 겪어낸 재료들이 품는 맛, 향, 식감을 이해하고 우리 입에 편안하게 느껴지는 조리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노트북 화면으로 장표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설명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수업의 매력은 레시피가 아니라 계절과 재료의 본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채소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땅과 기후와 지리, 떼루아, 농부가 기르고 수확하는 방식까지도 배움의 대상이 된다.


여름의 기운을 머금은 채소에서는 어떤 맛과 향이 날까. 선생님은 봄부터 녹기 시작한 땅이 여름이 되면 땅 아래 깊은 곳까지 녹는다고 했다. 그렇게 녹은 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여름의 특징이라고 했다. 여름이 되면 우리 몸도 계속해서 흐른다. 수많은 땀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계절이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여름의 기운을 머금은 채소에서는 복잡한 단맛과 감칠맛이 가득하고, 또 매끈하고 아삭하며 시원하다. 뜨거움을 견디느라 쓰고 매워지기도 하고, 수분을 많이 품거나 거칠어지기도 한다.
채소도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내 몸은 오죽할까. 여름 채소를 다루는 일은 결국 내 몸의 리듬을 다루는 일이기도 했다. 더위에 지치면 오이도, 토마토도 귀찮아서 생으로 먹곤 했다. 그러다 사부작에서 함께 먹은 토마토달걀볶음과 감자양파스프, 가지꽈리고추구이를 먹으며, 이번 여름에는 불을 써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실제로 집에 가자마자 그날 배운 토달볶을 복습해봤다. 엉성했지만 굴소스를 넣지 않고도 맛있었다. 조미료 범벅이었던 나의 토달볶이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만으로도 맛있는 토달볶으로 바뀌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입맛이 기분 좋은 예감으로 다가온다.
레시피를 배우고 요리를 잘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그보다는 내가 먹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게 되는지, 원리와 본질 같은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더 즐겁다. 그런 점에서 사부작 여름 채소 수업은 눈과 혀와 코와 귀.. 모든 감각이 열리고 쓰이면서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 ‧₊˚ ─── 🌽 ‧₊˚ ─── 🍆
[ 공간 사부작 ]
✳ 먹을 것의, 먹을 것에 의한, 먹을 것을 위한 공간
✳ 마포구 창전동, 서강대역에서 도보 3분
✳ 예약제로 클래스 운영,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space_sabujak
여름 채소를 다루는 일은 결국 내 몸의 리듬을 다루는 일이기도 했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서강대역까지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는다.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공간 사부작은 아담했다. 벽 선반에 놓여 있는 병들 속에는 형형색색의 콩들이 담겨 있었고, 하지 감자가 그려진 달력과 계절이 담긴 엽서를 보며, 마치 이곳이 사랑방 같다는 생각을 했다. 먹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 실제로 이곳은 사랑방이 맞았다. 음식을 내지만 음식점이 아니고,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지난 1월, 묵나물 워크숍으로 처음 찾은 이곳을 세 번째로 다시 방문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여름 채소. 여름이라는 계절을 겪어낸 재료들이 품는 맛, 향, 식감을 이해하고 우리 입에 편안하게 느껴지는 조리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노트북 화면으로 장표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설명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수업의 매력은 레시피가 아니라 계절과 재료의 본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채소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땅과 기후와 지리, 떼루아, 농부가 기르고 수확하는 방식까지도 배움의 대상이 된다.
여름의 기운을 머금은 채소에서는 어떤 맛과 향이 날까. 선생님은 봄부터 녹기 시작한 땅이 여름이 되면 땅 아래 깊은 곳까지 녹는다고 했다. 그렇게 녹은 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여름의 특징이라고 했다. 여름이 되면 우리 몸도 계속해서 흐른다. 수많은 땀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계절이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여름의 기운을 머금은 채소에서는 복잡한 단맛과 감칠맛이 가득하고, 또 매끈하고 아삭하며 시원하다. 뜨거움을 견디느라 쓰고 매워지기도 하고, 수분을 많이 품거나 거칠어지기도 한다.
채소도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내 몸은 오죽할까. 여름 채소를 다루는 일은 결국 내 몸의 리듬을 다루는 일이기도 했다. 더위에 지치면 오이도, 토마토도 귀찮아서 생으로 먹곤 했다. 그러다 사부작에서 함께 먹은 토마토달걀볶음과 감자양파스프, 가지꽈리고추구이를 먹으며, 이번 여름에는 불을 써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실제로 집에 가자마자 그날 배운 토달볶을 복습해봤다. 엉성했지만 굴소스를 넣지 않고도 맛있었다. 조미료 범벅이었던 나의 토달볶이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만으로도 맛있는 토달볶으로 바뀌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입맛이 기분 좋은 예감으로 다가온다.
레시피를 배우고 요리를 잘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그보다는 내가 먹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게 되는지, 원리와 본질 같은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더 즐겁다. 그런 점에서 사부작 여름 채소 수업은 눈과 혀와 코와 귀.. 모든 감각이 열리고 쓰이면서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 ‧₊˚ ─── 🌽 ‧₊˚ ─── 🍆
[ 공간 사부작 ]
✳ 먹을 것의, 먹을 것에 의한, 먹을 것을 위한 공간
✳ 마포구 창전동, 서강대역에서 도보 3분
✳ 예약제로 클래스 운영,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space_sabuj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