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해발 700미터에서 산나물 캐기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미래를 바로 이곳 피화기 마을에서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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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마을이 있습니다. 전쟁조차 피했다 하여 ‘피화기(避禍基)’라는 이름이 붙은 곳입니다. 택배 기피 지역으로 꼽힐 만큼 오지인 이곳은 물자가 오가기 쉽지 않아 쪽집들이 많았습니다. 해발 700미터의 고지대라 작년에 에어컨을 처음 설치했을 정도로 한여름에도 서늘한 환경이라고 해요.


피화기마을의 첫인상은 고요함이었습니다. 도시의 날카로운 경적 소리 대신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임주미, 임주하 선생님과 그의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을 따라 밭과 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미자 터널을 지나 이제 막 피어난 목련과 벚꽃, 오얏꽃 등을 감상하고요. 뒤따라 들어간 산에서는 두릅과 엄나무순, 명이나물, 머위, 쑥, 원추리, 취병풍, 다래순을 만났습니다. 마치 산나물계의 놀이공원에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채롭고 풍성한 나물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산나물동산을 만들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하여 여쭤보기도 했는데요.


👵💬 “경상도에 외도라는 섬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섬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만 저는 산이 있고 나물을 좋아하니까, 나물이 가득한 산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같이 캐서 먹기도 하고 뜯어가기도 하고, 예쁜 꽃 구경도 시켜주고 싶었죠. 30년 동안 여기 살면서 조금씩 만들어 왔어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문득 ‘오래된 미래‘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이기도 한데요. 어쩌면 제가 그토록 찾던 미래는 시간의 앞선 어딘가가 아닌, 오래된 과거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고 잃어버리거나 놓친 게 있다면 그것을 복원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과 함께할 장면을 상상하며- 30년 동안 조금씩 산을 일궈오신 선생님의 지난 시간을 상상합니다.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미래를 바로 이곳 피화기 마을에서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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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손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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