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마다, 해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손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천일염을 좋아해요. 넣을 때마다 맛이 변하니까요."
식탁 위에서 소금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존재입니다. 예로부터 소금은 없으면 안 되는 식재료였지만, 요즘 시대에 소금을 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죠.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소금은 곧 돈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군인(Soldier), 월급(Salary)이라는 영단어의 어원 역시 소금(Salt)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병사들의 급료로 '솔타(salt)'를 지급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나 중요했던 소금은, 지금에 와서는 꽤 흔하고 당연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산업 구조가 변하고 수입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정제 소금이 등장하면서, 천일염의 입지는 점점 위태로워졌어요. 서해안 바닷가 갯벌 일대에 펼쳐졌던 2천여 개의 염전은 이제 1천 개 이하로 줄었습니다. (2024년 10월 31일 기준, 한겨레21)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천일염이, 염전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더 이상 소금을 궁금해하지 않게 된 것만 같은 이 시대에, 우리는 거꾸로 질문을 안고 염전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짠맛’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서였죠. 환대의 식탁 프로그램을 통해 서강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찾은 곳은, 전북 부안에 있는 곰소 염전이었어요.

물이 빠진 타일이 넓게 펼쳐진 곰소 염전.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공기에는 옅은 짠내가 감돌았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휴식기가 한창인 1월인데도 불구하고 염전은 생각보다 시끌벅적했습니다. 노후화된 건물 대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죠. 조선시대부터 사용해 왔다는 소금 창고를 보며 우리는 그 세월을 어렴풋이 실감했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이강연 염부 님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소금의 역사와 종류, 곰소 염전의 구조와 노동의 방식, 그리고 좋은 소금을 구별하는 법까지. 이 기록은 단지 소금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알고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소금은 그냥 짠 게 아니에요”
Q. 소금은 어떤 존재였나요?
소금은 곧 금이었죠. 솔져(soldier), 샐러리(salary), 샐러드(salad) 같은 말들의 어원도 모두 소금에서 나왔어요. 그만큼 소금은 예전에는 국가가 관리하던 귀한 자원이었고, 사람의 생존과 직결된 물질이었어요.
Q. 우리가 먹는 소금은 다 같은 소금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자연 상태에서 바닷물이 그대로 마르면, 그건 바로 먹을 수 있는 소금이 아니에요. 바다에는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원소가 녹아 있거든요.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함께 들어 있어요. 그래서 식용 소금은 한 번 녹였다가 가라앉히고, 다시 거르는 정제 과정을 거쳐요.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을 재제염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산업적으로 단순한 화학 공정을 통해서 염화나트륨만 뽑아낸 소금이 생겼어요. 염화나트륨 99.9%, 우리가 흔히 아는 시판 소금(정제염)이죠. 이 소금은 맛이 단순해요. 먹어보면 그냥 짠맛뿐이에요.
Q. 그럼 천일염은 뭐가 다른가요?
한식과 양식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어요. 서양 요리는 계량을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맛이 거의 같아요. 반면 한식은 계량이 없죠. 엄마의 손끝에서 맛이 만들어져요. 천일염도 마찬가지예요. 염전마다, 해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손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천일염을 좋아해요. 넣을 때마다 맛이 변하니까요.


Q. 염전은 언제부터 지금 같은 형태가 됐나요?
원래 전통 방식은 자염이었어요. 큰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여 수분을 증발시키면 소금이 남는데, 화염이나 자염이라고 불러요. 노동에 비해 생산량은 적지만, 그게 전통적인 방식이었죠. 그러다 1907년, 일본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인천 앞바다에 처음으로 현대식 염전을 도입했어요. 일본이 대만에서 들여온 기술이었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죠. 몇십 년 전만 해도 크고 작은 염전이 약 1,500곳 정도 있었고, 그중 대부분이 신안 지역이었어요.
Q. 그런데 지금은 국산 소금이 많지 않게 느껴져요.
처음 염전이 생겼을 때는 북쪽 지역에 염전이 많았어요. 6·25를 겪으면서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위해 염전 터를 만들다 보니 염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죠. 그러다 과잉 생산 문제가 생겨 1990년대에는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이 시행됐고, 지금은 국내 생산량이 전체 소비의 10~20% 정도에 불과해요. 나머지 소금이 어디서 오는지는 소비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김장을 직접 하지 않고 절임배추를 사 쓰기도 하는데, 그 안에 쓰인 소금의 출처를 알기 어렵죠. 그래서 “요즘은 속은 셈 치고 먹는다”는 말도 나와요. 원산지 관리가 더 철저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소금은 몸에 안 좋다는 말도 많잖아요.
중요한 건 양보다 ‘어떤 소금을 먹느냐’예요. 우리 몸의 70%는 수분이고, 그 수분의 염도는 0.9%예요. 병원에서 쓰는 생리식염수도 이 농도죠. 몸은 필요 없는 건 스스로 배출해요. 그래서 무조건 덜 짜게 먹는 게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 천일염은 약 86종의 미네랄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약 80%가 나트륨, 나머지가 마그네슘 같은 극미네랄이에요. 양수의 성분이 천일염을 녹인 물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도 있어요. 햇빛으로 증발시키다 보니 자연에 노출돼 위생 문제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바다에 들어 있는 모든 걸 무조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 ‘간수를 뺀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래된 소금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간수를 뺀다’는 말은 사실 원래 소금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염화마그네슘은 조해성이 있어서 공기 중 수분을 끌어당기는데, 그래서 소금을 오래 쌓아두면 물기가 생겨요. 염화마그네슘은 쓴맛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반면 잘 만든 소금은 오래 묵힐 필요가 없어요. 5년 이상 묵힌 소금보다도 더 맛있을 수 있어요. 마그네슘 성질이 강해질 정도로 소금을 만들려면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금이 쓰고 떫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죠.


Q. 염부의 삶은 어떤가요?
염부는 1년 내내 일하지 않아요. 11월부터 2월까지는 거의 쉬고, 3월이 되면 염전에 나와 10월 초까지 일해요. 비가 오면 쉬고, 태풍이 오면 쉬죠. 대신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해요. 해 뜨기 전에 소금을 모으고, 해가 질 때까지 염전에서 하루를 보내요. 하루에 2만에서 3만 보, 많게는 26km 정도를 걷죠. 겨울에 살이 15kg쯤 찌고, 봄·여름·가을 동안 다시 빠져요. 40대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찐 만큼 빠지지 않더라고요. 이게 평생 반복이에요. 사람 스트레스는 없지만, 대신 하늘과 함께 살아야 해요. 싸우는 게 아니라 순응하는 거죠. 욕심을 내면 누군가는 덜 가져가야 하니까, 그 욕심이 문제를 만들기도 해요.
Q. 소금의 소비방식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예전 어머니 세대에는 봄과 가을에 소금이 가장 많이 팔렸어요. 장을 담그고 김장을 했으니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소금 포장 단위도 50kg에서 30kg, 20kg, 지금은 15kg까지 줄었는데 그것도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쟁여두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소비량이 줄었는데, 대신 뉴스가 터질 때마다 소금을 사재기해서 그 여파로 적체가 생기기도 해요. 기업 납품은 생산량이 맞지 않아 어렵고, 기업은 싼 소금을 사서 세척하고 훈풍 건조해 비싸게 파는 구조인 경우가 많아요. 이곳 소금은 조금 비싸지만 묵힐 필요가 없고, 소비자의 30~40%는 외지인이에요. 지역에서는 젓갈이나 액젓용으로도 쓰이지만, 결국 원가 싸움이죠.


Q. 염부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소금은 무엇인가요?
안 좋은 소금은 쓰고, 먹다 보면 뱉고 싶어져요. 중간 정도는 짜기만 하고요. 좋은 소금은 먹을 땐 짠데, 다시 먹고 싶고 물을 찾지 않아요. 봄·초봄·늦가을에 만든 소금은 알갱이가 작고 단단하고, 중봄부터 가을까지는 알갱이가 크고 무른 편이에요. 만드는 속도의 차이죠. 소금 결정이 고른 6면체 주사위 모양이면 국산일 가능성이 높고, 뾰족하거나 거칠면 수입산일 확률이 높아요. 바닷물도 섬의 바다와 육지에 면한 바다는 다르고, 우리는 내륙의 만에 있어서 아주 미세하지만 차이가 날 수 있어요.
Q. 소금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요.
소금은 햇빛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수분이 증발하려면 반드시 바람이 필요해요. 볕과 바람, 그리고 기다림이 함께 있어야 하죠. 바닷물 농도는 약 2.5퍼밀이고, 바닷물 1kg에 소금이 약 2.5g 들어 있어요. 봄·가을에는 염수가 되기까지 15일, 여름에는 10일 정도가 걸리고, 그동안 매일 비우고 내리고 증발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요. 남풍·서풍·남서풍은 습해서 좋지 않고, 이곳에는 내륙에서 오는 건조한 바람이 불어요. 겨울에는 북풍이 불고요. 그래서 소금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한 알 안에 시간과 노동이 다 들어 있죠.


"염전마다, 해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손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천일염을 좋아해요. 넣을 때마다 맛이 변하니까요."
식탁 위에서 소금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존재입니다. 예로부터 소금은 없으면 안 되는 식재료였지만, 요즘 시대에 소금을 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죠.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소금은 곧 돈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군인(Soldier), 월급(Salary)이라는 영단어의 어원 역시 소금(Salt)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병사들의 급료로 '솔타(salt)'를 지급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나 중요했던 소금은, 지금에 와서는 꽤 흔하고 당연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산업 구조가 변하고 수입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정제 소금이 등장하면서, 천일염의 입지는 점점 위태로워졌어요. 서해안 바닷가 갯벌 일대에 펼쳐졌던 2천여 개의 염전은 이제 1천 개 이하로 줄었습니다. (2024년 10월 31일 기준, 한겨레21)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천일염이, 염전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더 이상 소금을 궁금해하지 않게 된 것만 같은 이 시대에, 우리는 거꾸로 질문을 안고 염전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짠맛’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서였죠. 환대의 식탁 프로그램을 통해 서강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찾은 곳은, 전북 부안에 있는 곰소 염전이었어요.
물이 빠진 타일이 넓게 펼쳐진 곰소 염전.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공기에는 옅은 짠내가 감돌았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휴식기가 한창인 1월인데도 불구하고 염전은 생각보다 시끌벅적했습니다. 노후화된 건물 대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죠. 조선시대부터 사용해 왔다는 소금 창고를 보며 우리는 그 세월을 어렴풋이 실감했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이강연 염부 님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소금의 역사와 종류, 곰소 염전의 구조와 노동의 방식, 그리고 좋은 소금을 구별하는 법까지. 이 기록은 단지 소금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알고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소금은 그냥 짠 게 아니에요”
Q. 소금은 어떤 존재였나요?
소금은 곧 금이었죠. 솔져(soldier), 샐러리(salary), 샐러드(salad) 같은 말들의 어원도 모두 소금에서 나왔어요. 그만큼 소금은 예전에는 국가가 관리하던 귀한 자원이었고, 사람의 생존과 직결된 물질이었어요.
Q. 우리가 먹는 소금은 다 같은 소금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자연 상태에서 바닷물이 그대로 마르면, 그건 바로 먹을 수 있는 소금이 아니에요. 바다에는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원소가 녹아 있거든요.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함께 들어 있어요. 그래서 식용 소금은 한 번 녹였다가 가라앉히고, 다시 거르는 정제 과정을 거쳐요.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을 재제염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산업적으로 단순한 화학 공정을 통해서 염화나트륨만 뽑아낸 소금이 생겼어요. 염화나트륨 99.9%, 우리가 흔히 아는 시판 소금(정제염)이죠. 이 소금은 맛이 단순해요. 먹어보면 그냥 짠맛뿐이에요.
Q. 그럼 천일염은 뭐가 다른가요?
한식과 양식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어요. 서양 요리는 계량을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맛이 거의 같아요. 반면 한식은 계량이 없죠. 엄마의 손끝에서 맛이 만들어져요. 천일염도 마찬가지예요. 염전마다, 해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손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천일염을 좋아해요. 넣을 때마다 맛이 변하니까요.
Q. 염전은 언제부터 지금 같은 형태가 됐나요?
원래 전통 방식은 자염이었어요. 큰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여 수분을 증발시키면 소금이 남는데, 화염이나 자염이라고 불러요. 노동에 비해 생산량은 적지만, 그게 전통적인 방식이었죠. 그러다 1907년, 일본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인천 앞바다에 처음으로 현대식 염전을 도입했어요. 일본이 대만에서 들여온 기술이었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죠. 몇십 년 전만 해도 크고 작은 염전이 약 1,500곳 정도 있었고, 그중 대부분이 신안 지역이었어요.
Q. 그런데 지금은 국산 소금이 많지 않게 느껴져요.
처음 염전이 생겼을 때는 북쪽 지역에 염전이 많았어요. 6·25를 겪으면서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위해 염전 터를 만들다 보니 염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죠. 그러다 과잉 생산 문제가 생겨 1990년대에는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이 시행됐고, 지금은 국내 생산량이 전체 소비의 10~20% 정도에 불과해요. 나머지 소금이 어디서 오는지는 소비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김장을 직접 하지 않고 절임배추를 사 쓰기도 하는데, 그 안에 쓰인 소금의 출처를 알기 어렵죠. 그래서 “요즘은 속은 셈 치고 먹는다”는 말도 나와요. 원산지 관리가 더 철저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소금은 몸에 안 좋다는 말도 많잖아요.
중요한 건 양보다 ‘어떤 소금을 먹느냐’예요. 우리 몸의 70%는 수분이고, 그 수분의 염도는 0.9%예요. 병원에서 쓰는 생리식염수도 이 농도죠. 몸은 필요 없는 건 스스로 배출해요. 그래서 무조건 덜 짜게 먹는 게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 천일염은 약 86종의 미네랄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약 80%가 나트륨, 나머지가 마그네슘 같은 극미네랄이에요. 양수의 성분이 천일염을 녹인 물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도 있어요. 햇빛으로 증발시키다 보니 자연에 노출돼 위생 문제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바다에 들어 있는 모든 걸 무조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 ‘간수를 뺀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래된 소금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간수를 뺀다’는 말은 사실 원래 소금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염화마그네슘은 조해성이 있어서 공기 중 수분을 끌어당기는데, 그래서 소금을 오래 쌓아두면 물기가 생겨요. 염화마그네슘은 쓴맛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반면 잘 만든 소금은 오래 묵힐 필요가 없어요. 5년 이상 묵힌 소금보다도 더 맛있을 수 있어요. 마그네슘 성질이 강해질 정도로 소금을 만들려면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금이 쓰고 떫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죠.
Q. 염부의 삶은 어떤가요?
염부는 1년 내내 일하지 않아요. 11월부터 2월까지는 거의 쉬고, 3월이 되면 염전에 나와 10월 초까지 일해요. 비가 오면 쉬고, 태풍이 오면 쉬죠. 대신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해요. 해 뜨기 전에 소금을 모으고, 해가 질 때까지 염전에서 하루를 보내요. 하루에 2만에서 3만 보, 많게는 26km 정도를 걷죠. 겨울에 살이 15kg쯤 찌고, 봄·여름·가을 동안 다시 빠져요. 40대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찐 만큼 빠지지 않더라고요. 이게 평생 반복이에요. 사람 스트레스는 없지만, 대신 하늘과 함께 살아야 해요. 싸우는 게 아니라 순응하는 거죠. 욕심을 내면 누군가는 덜 가져가야 하니까, 그 욕심이 문제를 만들기도 해요.
Q. 소금의 소비방식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예전 어머니 세대에는 봄과 가을에 소금이 가장 많이 팔렸어요. 장을 담그고 김장을 했으니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소금 포장 단위도 50kg에서 30kg, 20kg, 지금은 15kg까지 줄었는데 그것도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쟁여두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소비량이 줄었는데, 대신 뉴스가 터질 때마다 소금을 사재기해서 그 여파로 적체가 생기기도 해요. 기업 납품은 생산량이 맞지 않아 어렵고, 기업은 싼 소금을 사서 세척하고 훈풍 건조해 비싸게 파는 구조인 경우가 많아요. 이곳 소금은 조금 비싸지만 묵힐 필요가 없고, 소비자의 30~40%는 외지인이에요. 지역에서는 젓갈이나 액젓용으로도 쓰이지만, 결국 원가 싸움이죠.
Q. 염부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소금은 무엇인가요?
안 좋은 소금은 쓰고, 먹다 보면 뱉고 싶어져요. 중간 정도는 짜기만 하고요. 좋은 소금은 먹을 땐 짠데, 다시 먹고 싶고 물을 찾지 않아요. 봄·초봄·늦가을에 만든 소금은 알갱이가 작고 단단하고, 중봄부터 가을까지는 알갱이가 크고 무른 편이에요. 만드는 속도의 차이죠. 소금 결정이 고른 6면체 주사위 모양이면 국산일 가능성이 높고, 뾰족하거나 거칠면 수입산일 확률이 높아요. 바닷물도 섬의 바다와 육지에 면한 바다는 다르고, 우리는 내륙의 만에 있어서 아주 미세하지만 차이가 날 수 있어요.
Q. 소금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요.
소금은 햇빛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수분이 증발하려면 반드시 바람이 필요해요. 볕과 바람, 그리고 기다림이 함께 있어야 하죠. 바닷물 농도는 약 2.5퍼밀이고, 바닷물 1kg에 소금이 약 2.5g 들어 있어요. 봄·가을에는 염수가 되기까지 15일, 여름에는 10일 정도가 걸리고, 그동안 매일 비우고 내리고 증발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요. 남풍·서풍·남서풍은 습해서 좋지 않고, 이곳에는 내륙에서 오는 건조한 바람이 불어요. 겨울에는 북풍이 불고요. 그래서 소금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한 알 안에 시간과 노동이 다 들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