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 | 2025. 10. 13. (토) 13:00 ~ 17:00
교육대상 | 생태미식에 관심이 있는 시민 20명
교육형태 | 농가 현장 탐방
주요내용 | 밀양 농가 세 곳과의 만남 및 이야기 수집
첫 번째 편에서 빠뜨린 내용은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앗차, 가을볕만큼 뜨거웠던 쉴틈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농부님의 응답을 빼놓았던 것 같아요. 농부님께서도 신이 나는 시간을 보내신 것 같아 기뻤습니다. 날씨가 많이 무더워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 힘드실 법도 한데, 전혀 내색 없이 그 시간에 온통 집중해주신 덕분입니다. 생태미식학과 벗님들께 큰 감사를 전합니다 : )
| 태룡리, 김소영 농부님
전날 미리 태룡리에 들러 농부님께 인사를 드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빛으로 반짝이는 가로등, 아니 비닐하우스를 맞이합니다. 깻잎 하우스입니다. 밀양 단장면 대부분의 비닐하우스에서는 깻잎이 자란다고 합니다. 해가 짧아지면 깻잎이 금세 꽃을 맺어서 밤에 불을 켜 계절감을 잊게 하는 것이지요.

(출처 : 국제신문)
밀양은 전국 깻잎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봄에 파종해 가을에 거두는 들깨와는 달리, 깻잎은 늦여름에 파종해 이듬해 봄까지 수확합니다. 한 번 심어 여러 계절을 꼬박 거둘 수 있는 덕에, 밀양에서는 연세가 많은 7-80대 농부님도 깻잎 농사를 짓습니다.
김소영 농부님의 농사 선생님도 단장면의 동네 어르신이었다고 하셔요. 노지 길 옆 밭에서 씨를 뿌려 솎는 것부터 한 작기를 배운 뒤, 수 년이 지난 지금은 한살림에도 깻잎을 공급하고 계십니다. 새로 생긴 한살림 밀양 지점에 있는 깻잎이 제주산인 것을 보고, 농부님께서 깻잎 최대 산지인 밀양에서 밀양의 깻잎이 공급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남기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제안에 적극적인 활동가분의 노력이 더해져 푸드마일리지가 대폭 낮은 밀양의 깻잎이 매장에 공급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 좋은 변화로 느껴졌어요.

"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아침에 설레며 오는 건 농사가 처음이에요. 그게 좋아요.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생물이라 변수가 많지만, 그래서 좋은 것도 있어요. "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농부님이 마주하실 깻잎밭의 풍경을 눈에 담아봅니다.

한편, 경기도에 사는 저는 깻잎과 상추를 사려 생협 매장이 여는 시간에 맞추어 줄을 서곤 합니다. 선선한 봄과 가을이 아니면 저희집 앞 생협 매장에서 잎채소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예요. 한 명 당 수량이 하나로 정해진 경우도 많고요.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농부님께서도 올해는 여름이 너무 뜨거워 상추 꽃이 너무 빨리 피는 바람에 잎채소 재배가 힘들었다는 이야길 전해주셨는데요.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질수록 사시사철 마트에서 만나는 상추가 점점 낯설어집니다.

깻잎 줄기는 계절을 지나며 쑥쑥 자라 사람 허리 위까지 자랍니다. 오래 잘 키운 농가의 깻대는 대나무처럼 굵다고 합니다. 씨를 받는 들깨 포기는 잎을 떼지 않고 키워 마디가 길지만, 깻잎을 위한 포기는 한 단이 새끼손가락 마디보다 짧아서 깻잎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고도 해요.
일교차가 크면 깻잎 뒷면이 자주색이 된다는데요. 최근에는 뒤가 자줏빛인 깻잎을 선호하는 시장의 요구로, 뒷면을 붉게 만드는 보조제를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듯 과일과 채소 세계에 적용되는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불필요한 작업들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특별하게도 김소영 농부님의 깻잎 하우스 옆에는 꾸지뽕 나무들이, 맞은편에는 파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귀농 7년차 농부님께선 다른 농부님 세 분과 함께 농사 짓고 계셨는데요. 같이 농사짓는 분들이 밀양에 뿌리내리게 해 준 고마운 분들이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 뒤론 여러 작물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이 더욱 정답게 느껴졌습니다. 농장을 나오면서 생태미식학과 벗님께서 건네주신 꾸지뽕에서는 유난히 환한 달콤함이 감돌았습니다.

| 남산리, 구배기된장


넘치게 채운 대화에, 시간이 모자라 서둘러 향한 곳은 남산마을의 구배기된장입니다. 메모장을 열어보니 띄엄띄엄 적힌 기록이 눈에 띕니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발로 꾹꾹 다져서 메주를 만들어야 좋다는 말씀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한이님의 도움으로 메주콩을 으깨고, 눈 깜짝할 새 네 덩어리 메주를 완성했어요. 이게 이렇게 빨리 완성되는 건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콩 위에 선 한이님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붙잡아주신 다른 벗님의 손도 너무나 다정했습니다. 혼자라면 무리지만, 함께라면 즐거움이 된다는 걸 김 나는 메주에서 배웠습니다.

메주는 꼭 찬바람이 불 때 만들어야 상하지 않는다는 것, 고봉으로 두부상자에 콩을 세 번 담아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뒤, 틀에 보자기를 깔고 콩을 넣어 밟으면 된다는 이 모든 가르침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쏜살같이 흘러나왔습니다. 말씀해주시는대로 받아적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9월 그믐에 만들어 어린이날에 장을 뜬다는 이 시간의 흐름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결국은 "장이 맛있으면 음식 걱정 없고, 김치 맛있으면 반찬 걱정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된장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자원해주신 벗님들의 손길로 된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한켠에서는 고구마와 김치 시식이 이어졌습니다.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자마자 "와! 맛있다!"는 감탄이 연달아 터져나왔습니다. 김치의 핵심은 배추를 절이는 것이라는 말씀에서 요리에 대한 선생님의 신념이 어렴풋 느껴졌습니다.

고추장, 집장, 보리쌈장도 시식해보았습니다.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어요. 이 장들과 함께라면 음식 맛 걱정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올해 6월 일본에 가 7대째 이어오는 미소 장인의 작업실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다섯 종류의 미소를 테이스팅하고, 미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부끄러움이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하게 먹어왔기 때문에 언제나 곁에 있을거라는 생각보다는, 가깝기 때문에 더욱 깊이 알아가고 싶다는 작은 다짐을 해보았던 때였습니다. 이 맘을 이어 도착해서인지 더 반갑게 느껴지는 구배기된장이었습니다.

가을에 찾은 이곳에서 콩으로 만든 뜨끈한 벽돌과, 그 벽돌이 발효되어 만들어지는 메주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날 추워지면 장도 만들고 김장도 하러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 덕에 머잖아 찾아올 구체적인 배움의 과정을 기약해봅니다.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엔 큰 차이가 있겠지요. 가마솥에 삶은 콩, 장독에서 익어가는 장, 그렇게 자연과 사람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마법같은 맛이 더 멀리까지 이어지기를, 알면 많이 들리고 보이는 것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봅니다.

글: 백가영
교육일 | 2025. 10. 13. (토) 13:00 ~ 17:00
교육대상 | 생태미식에 관심이 있는 시민 20명
교육형태 | 농가 현장 탐방
주요내용 | 밀양 농가 세 곳과의 만남 및 이야기 수집
첫 번째 편에서 빠뜨린 내용은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앗차, 가을볕만큼 뜨거웠던 쉴틈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농부님의 응답을 빼놓았던 것 같아요. 농부님께서도 신이 나는 시간을 보내신 것 같아 기뻤습니다. 날씨가 많이 무더워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 힘드실 법도 한데, 전혀 내색 없이 그 시간에 온통 집중해주신 덕분입니다. 생태미식학과 벗님들께 큰 감사를 전합니다 : )
| 태룡리, 김소영 농부님
전날 미리 태룡리에 들러 농부님께 인사를 드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빛으로 반짝이는 가로등, 아니 비닐하우스를 맞이합니다. 깻잎 하우스입니다. 밀양 단장면 대부분의 비닐하우스에서는 깻잎이 자란다고 합니다. 해가 짧아지면 깻잎이 금세 꽃을 맺어서 밤에 불을 켜 계절감을 잊게 하는 것이지요.
(출처 : 국제신문)
밀양은 전국 깻잎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봄에 파종해 가을에 거두는 들깨와는 달리, 깻잎은 늦여름에 파종해 이듬해 봄까지 수확합니다. 한 번 심어 여러 계절을 꼬박 거둘 수 있는 덕에, 밀양에서는 연세가 많은 7-80대 농부님도 깻잎 농사를 짓습니다.
김소영 농부님의 농사 선생님도 단장면의 동네 어르신이었다고 하셔요. 노지 길 옆 밭에서 씨를 뿌려 솎는 것부터 한 작기를 배운 뒤, 수 년이 지난 지금은 한살림에도 깻잎을 공급하고 계십니다. 새로 생긴 한살림 밀양 지점에 있는 깻잎이 제주산인 것을 보고, 농부님께서 깻잎 최대 산지인 밀양에서 밀양의 깻잎이 공급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남기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제안에 적극적인 활동가분의 노력이 더해져 푸드마일리지가 대폭 낮은 밀양의 깻잎이 매장에 공급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 좋은 변화로 느껴졌어요.
"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아침에 설레며 오는 건 농사가 처음이에요. 그게 좋아요.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생물이라 변수가 많지만, 그래서 좋은 것도 있어요. "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농부님이 마주하실 깻잎밭의 풍경을 눈에 담아봅니다.
한편, 경기도에 사는 저는 깻잎과 상추를 사려 생협 매장이 여는 시간에 맞추어 줄을 서곤 합니다. 선선한 봄과 가을이 아니면 저희집 앞 생협 매장에서 잎채소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예요. 한 명 당 수량이 하나로 정해진 경우도 많고요.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농부님께서도 올해는 여름이 너무 뜨거워 상추 꽃이 너무 빨리 피는 바람에 잎채소 재배가 힘들었다는 이야길 전해주셨는데요.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질수록 사시사철 마트에서 만나는 상추가 점점 낯설어집니다.
깻잎 줄기는 계절을 지나며 쑥쑥 자라 사람 허리 위까지 자랍니다. 오래 잘 키운 농가의 깻대는 대나무처럼 굵다고 합니다. 씨를 받는 들깨 포기는 잎을 떼지 않고 키워 마디가 길지만, 깻잎을 위한 포기는 한 단이 새끼손가락 마디보다 짧아서 깻잎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고도 해요.
일교차가 크면 깻잎 뒷면이 자주색이 된다는데요. 최근에는 뒤가 자줏빛인 깻잎을 선호하는 시장의 요구로, 뒷면을 붉게 만드는 보조제를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듯 과일과 채소 세계에 적용되는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불필요한 작업들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특별하게도 김소영 농부님의 깻잎 하우스 옆에는 꾸지뽕 나무들이, 맞은편에는 파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귀농 7년차 농부님께선 다른 농부님 세 분과 함께 농사 짓고 계셨는데요. 같이 농사짓는 분들이 밀양에 뿌리내리게 해 준 고마운 분들이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 뒤론 여러 작물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이 더욱 정답게 느껴졌습니다. 농장을 나오면서 생태미식학과 벗님께서 건네주신 꾸지뽕에서는 유난히 환한 달콤함이 감돌았습니다.
| 남산리, 구배기된장
넘치게 채운 대화에, 시간이 모자라 서둘러 향한 곳은 남산마을의 구배기된장입니다. 메모장을 열어보니 띄엄띄엄 적힌 기록이 눈에 띕니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발로 꾹꾹 다져서 메주를 만들어야 좋다는 말씀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한이님의 도움으로 메주콩을 으깨고, 눈 깜짝할 새 네 덩어리 메주를 완성했어요. 이게 이렇게 빨리 완성되는 건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콩 위에 선 한이님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붙잡아주신 다른 벗님의 손도 너무나 다정했습니다. 혼자라면 무리지만, 함께라면 즐거움이 된다는 걸 김 나는 메주에서 배웠습니다.
메주는 꼭 찬바람이 불 때 만들어야 상하지 않는다는 것, 고봉으로 두부상자에 콩을 세 번 담아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뒤, 틀에 보자기를 깔고 콩을 넣어 밟으면 된다는 이 모든 가르침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쏜살같이 흘러나왔습니다. 말씀해주시는대로 받아적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9월 그믐에 만들어 어린이날에 장을 뜬다는 이 시간의 흐름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결국은 "장이 맛있으면 음식 걱정 없고, 김치 맛있으면 반찬 걱정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된장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자원해주신 벗님들의 손길로 된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한켠에서는 고구마와 김치 시식이 이어졌습니다.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자마자 "와! 맛있다!"는 감탄이 연달아 터져나왔습니다. 김치의 핵심은 배추를 절이는 것이라는 말씀에서 요리에 대한 선생님의 신념이 어렴풋 느껴졌습니다.
고추장, 집장, 보리쌈장도 시식해보았습니다.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어요. 이 장들과 함께라면 음식 맛 걱정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올해 6월 일본에 가 7대째 이어오는 미소 장인의 작업실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다섯 종류의 미소를 테이스팅하고, 미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부끄러움이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하게 먹어왔기 때문에 언제나 곁에 있을거라는 생각보다는, 가깝기 때문에 더욱 깊이 알아가고 싶다는 작은 다짐을 해보았던 때였습니다. 이 맘을 이어 도착해서인지 더 반갑게 느껴지는 구배기된장이었습니다.
가을에 찾은 이곳에서 콩으로 만든 뜨끈한 벽돌과, 그 벽돌이 발효되어 만들어지는 메주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날 추워지면 장도 만들고 김장도 하러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 덕에 머잖아 찾아올 구체적인 배움의 과정을 기약해봅니다.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엔 큰 차이가 있겠지요. 가마솥에 삶은 콩, 장독에서 익어가는 장, 그렇게 자연과 사람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마법같은 맛이 더 멀리까지 이어지기를, 알면 많이 들리고 보이는 것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봅니다.
글: 백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