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2025 밀양은대학] 생태미식학과 5회차 모임 <농가탐방>

교육일  |  2025. 10. 13. (토) 13:00 ~ 17:00

교육대상  |   생태미식에 관심 있는 경상권 시민 20명

교육형태  |  농가 현장 탐방

주요내용  |  밀양 생산지 세 곳을 탐방하며 식탁 너머 이야기를 수집한다.


집으로 가는 길이 온통 든든합니다. 밀양은대학 운영진 벗님들이 챙겨주신 저녁과 오연정에서 먹은 점심으로 몸을 채우고, 밭에서 두런두런 들은 생산자님의 이야기와 틈틈이 나눈 우리의 이야기로 마음을 채운 하루입니다. 


하루 먼저 밀양에 도착해 함께 들를 곳들을 미리 둘러보고, 잠에 들기 전 곰곰 생각해보았습니다. 내일의 여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어떤 경험이 될까, 한 번 하고 끝나는 소비적인 체험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질문을 안고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여정의 시작, 오연정에서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아름다운 햇살을 맞이합니다. 좋은 날씨 속에서 밝은 웃음으로 문을 넘어 걸어오시는 생태미식학과 벗님들의 표정에서 좋은 예감을 발견합니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라도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벗님들과 함께라면 오늘도 분명 의미와 재미가 가득한 날이겠구나.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만 남았습니다. 



맛있는 식사 든든하게 함께하고 싶어서 욕심을 내 마지노선까지 고민과 검색을 거듭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 끼 즐겁게 드셔주셔서 기뻤습니다.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 오랫동안 이어져내려온 궁중음식이라는 이야기를 한 끼 식사 안에서 발견하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라봅니다. 




|  감물리, 김진한 농부님 (다랑논 협동조합)



이어서 걸음을 옮긴 곳은 단양면 감물리의 다랑논 협동조합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돌리니 김진한 농부님이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논길을 따라 걷는데 눈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추수를 앞두고 고개를 숙인 벼가 환하게 펼쳐진 논 그 자체도 충분히 멋진데, 그 논들이 층층이 쌓여 하늘 그리고 산과 어우러지니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논을 일컫는 이름은 ‘다랑논’입니다. ‘다랑이’는 지탈진 산골짜기에 있는 층층으로 된 좁고 작은 논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보통의 다랑논은 산기슭이나 큰 산의 면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찾은 감물리의 다랑논은 독특한 분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논의 핵심은 물을 다루는 것이라는데요. 감물리는 아직 옛 물길이 살아있어 지하수 없이도 자연스러운 논 농사가 가능한 곳입니다. 이 물길은 혼자 잡지 않는다고 합니다. 논으로 물길을 이어가는 여러 농가가 모여야만 합니다. 논은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물을 전하는 역할을 겸한다는데요. 한 지역에 물이 부족하더라도 논을 통해 물을 이동시킬 수 있으니 모든 농가가 산의 물을 공유하며 함께 농사지을 수 있습니다. 


물길을 따라 찾는 다른 친구들도 농부들의 든든한 아군이 됩니다. 논에 사는 새우는 제 명을 다하면 좋은 자연 퇴비가 되고, 벼를 해치는 멸구가 논을 찾더라도 그 천적인 거미가 있기에 논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논에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함께 살수록 자연도, 농부도 더 지속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랑논의 특성상 큰 기계가 진입하기 어려워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다랑논협동조합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되었습니다. 비료와 농약에 적응해 그들이 없으면 농사짓기가 어려운 개량종 벼 대신, 자연농으로 토종벼 농사를 짓는 방식을 선택하신 거죠. 


농부님께선 10년을 농사 지었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일기를 맞추지 못하겠다며, 이제는 언제 심고 거두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심어야 할지를 고민한다는 현실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수십년 사이에 빠르게 개발된 쌀에 비해 수천년 동안 자생해온 토종씨앗 안에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이 들어있을거라는 농부님의 말씀에서 씨앗의 가능성을 살핍니다. 



한편, 본래 감물리는 일대에 나무 한 그루 없이 모두 논이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10년 이상 논이 방치된 지금은, 논이 육지화되어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가장 먼저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데요. 농사지을 수 있는 20만평의 땅 중 20%만이 논밭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마저도 70대 이상 농가 네 곳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니. 농사짓는 사람이 사라지고, 농지가 사라지는 것이 이제는 당연해진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다랑논 한 곳이 없어지면 한 농가가 그 지역 전부의 물길을 잡아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요. 



'지속가능’을 ‘장기적 활력’이라는 단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어느 농부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하수를 틀어 논에 물을 대는 것은 짧은 미래에까진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건 결국 아랫돌을 빼어다 윗돌을 괴는 것과 다름없는 방법인 듯합니다. 비료와 농약에 적응해 그것이 있어야만 자랄 수 있는 벼 이전에는 그 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농부가 있고, 그 농부 이전에는 저렴한 값에 많은 양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습니다. 

오래도록, 더 많은 존재들이 활력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선 어떤 오늘의 실천이 필요할까요? 감물리 다랑논의 물길과, 그 길을 따라 사는 여러 생물들, 그 생물에 기대어 튼튼하게 자라는 토종벼, 그리고 그 논을 돌보는 농부와 그 농부의 쌀이 오른 식탁. 이 유기적인 순환 속에서 분명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농부님께서 농사지은 귀도, 화도, 진안도를 나누어 가졌습니다. 반찹쌀의 특성을 지녀 인기가 좋다는 귀도, 밥맛은 끝내주지만 벼가 잘 쓰러져 재배난도가 높아 토종벼 농부들에게 전설의 쌀로 통한다는 화도, 올해 대량화에 성공한 진안도까지. 기록에 따르면 1500여종에 달하는 토종벼 중 밀양이라는 지역에 가장 잘 적응해 자랄 수 있는 토종벼를 찾고,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재배하기까지의 시간이 쌓여 맺힌 쌀이라고 생각하니 한 톨 한 톨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식탁으로 이어지는 다랑논의 여정, 어떤 맛으로 느끼셨는지 벗님들의 경험도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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